보름만에 다시 찾은 대학로 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자유롭게 보는 공연도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네요.
5월부터는 어떤 일상이 펼쳐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늘 그랬듯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리라 믿습니다.
온오프믹스 4월에 당첨된 연극 <미운 남자> 입니다.
아래 사진은 혜화역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서자마자 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입니다. 봄바람이 불자 하늘에서 눈처럼 내리는 벚꽃잎들.
굳이 벚꽃구경 한답시고 멀리갈 필요(이미 갔다와놓고)가 없죠.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이 가장 아름다운 법입니다. 우리는 매순간 아름다운 곳에 있음을 기억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민들레 사진 잘 찍었죠?! DSLR 부럽지 않지만, 갖고 싶은 DSLR...
공연은 20시 시작이라 잠깐 짬을 이용해서 이화동 벽화마을 한 골목을 탐험해봅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라 그런지 하늘이 참 예쁘네요. 드라마 세트장 같은 가로등 아래 골목도 참 이쁩니다.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서 마로니에공원과 한국 방통대를 지나고 이화동 주민센터까지 왔습니다. 항상 1번 출구 근처 소극장들만 다녔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도 소극장이 있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이곳은 현재 <미운 남자> 연극 공연 중인 혜화 최일화 스튜디오 앞 입니다.
'부부가 함께하는 힐링 연극'이란 타이틀을 내세워서 그런지 연령층이 조금은 높은 듯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 공연을 잘못 보러 왔나보다'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젊은층 뿐만 아니라 30, 40대 분들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모습이 멋지더라고요. 솔직히 부모님들 문화 생활 잘 못하시고 안 하시잖아요. 그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꽤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앞에 무려 17명으로 구성된 단체팀이 오셔서 극장의 두 번째 세 번째 열을 전부 장악 하셨더라고요. 와우. 굉장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또 일일이 수기로 기입하고 계시는 스텝분을 보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타깝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태블릿과 어플을 이용하면 훨씬 쉽게 관리가 될텐데.. 게다가 실내 공간이 따로 없어서 비가 오면 관객들은 어떻게 대기할까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온오프믹스 이벤트 당첨자 입니다."
저는 무대가 어느 쪽인 줄 몰라서 제일 끝좌석을 주신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제일 앞자리. 감사합니다.
무대를 보면서... 느낀 점. 아! 정말 마음만 먹으면 어떤 공간이든 무대로 만들 수 있겠구나! ㅡ 절대 무대라고 할 수 없는 공간 같은데 조명을 달고 소품을 가져다놓으니 무대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공연장이라기보다 연습실로 쓰면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아님 연습실을 개조한 건지. 긴가민가.
그 와중에 살짝 호러물 같은 이 음산한 조명은 뭘까요?!
공연 시간은 약 6~70분 정도 다른 공연에 비해선 조금 짧은 편입니다.
결혼 생활 5년 차 부부에게 사소한 일로 위기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마치 이혼할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다가 아내가 남편에게 꺼낸 한 마디는 "우리 여행가자."
그런데 여행 시작부터 도착할 때까지 별의 별 골치아픈 일들이 다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 별의 별 일들이 그저 웃어넘길 수 없습니다. 왜냐면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 문제는 단 하나입니다. 진심으로 듣기 + 진심으로 공감하기 이 과정이 빠져서 생긴 문제입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두 주인공을 바라봅니다. 처음엔 웃음 포인트에 집중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저들과 똑같이 행동했던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집에서 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했던 말투, 행동들이 그대로 주인공을 통해 확인합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결론을 궁금하게 만들죠.
좋은 공연은 결말을 쉽게 정의 내려주지 않습니다. 관객들은 '속았다', '허무하다'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작가, 연출 입장에서는 정말 머리가 터지는 작업입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결말은 없습니다. 해피엔딩이 정말 좋은 걸까요? 새드엔딩이 그렇게 나쁜 걸까요? 각자의 삶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해피엔딩이 또는 새드엔딩이 될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기억해야하는 건, 그 어떤 결론이 내게 닥치든 항상 그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고, 최선의 일들만 일어난다고 생각하세요. 결론은 이미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행동 해야하는지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실행이 어려울 뿐이죠. 그렇지요?!
공연이 끝난 후 배우님들 무대 인사 중입니다. 그런데 앗, 본의아니게 이 사진 한장으로 무대를 제가 스포한 셈이 되었네요. (쏴리~) 포스팅을 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포스터를 봐도 공연한 배우님들의 이름을 알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이 뻥튀기는 공연 도중 왠 뻥튀기 장사 아저씨(?)가 객석으로 난입하셔서 하나 샀네요. 멀티맨님 최고입니다! 당신 덕분에 공연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아, 그 외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 전환 부분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별점을 마구마구 드리고 싶네요.
배우님들 이름 대신 사진으로 남깁니다. (살 좀 빼자.. )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9시 반에 지하철을 탔던 거 같은데 집에 도착하니 12시.
꼬마야 너, 되게 편하게 가는구나?! 누가 나도 좀 이렇게 끌고 가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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